학교나 회사에서 운 적 있으신가요? 학교에서는 생리통 때문에 아파서 운 적, 선생들에게 얻어맞고 아파서 운 적이 너무 많아서 세어보기조차 민망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에게 맞으면 기절하게 아프고 눈물이 줄줄 났는데요. 사족이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 선생님에게 맞다'를 '아웃백 가다'라고 바꾸어 불렀습니다. 한 대 맞으면 아웃백 CF에 나오는 캥거루들처럼 펄쩍펄쩍 뛰게 되었거든요. 교실 창문 밖으로 친구들의 펄쩍펄쩍을 구경하던, 그런 야만적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학에서도 연애와 실존의 고통 때문에 운 적이 많겠지만 정확히 캠퍼스 안에서 울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눈물이 날 만큼 힘들 땐 학교에서 바로 뛰쳐나와 술집으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운 적은 없습니다. 출퇴근 길에는 아주 많이 울었지만 근무 시간에 화장실에서 울거나 사무실에서 울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같다’고 한 것은 정말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대체로 화가 나지 눈물이 나지는 않기 때문에 없겠거니 한 거죠. 출퇴근 지하철에서 휴지 한 통씩을 다 썼던 그 시절은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그 회사 부디 망했길 다시 한번 기도해봅니다🙏
슬픈 글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를 보면 찔찔 잘도 울지만 직접 맞닥뜨리는 상황에서는 눈물이 잘 나지 않습니다. 사실 울고 싶을 때는 많은데 잘 참는 재주가 있어요. 지금 울어버리면 가오가 상할 것 같다거나, 나까지 울면 다른 사람들이 더 울 것 같다거나, 이 상황이 너무 슬프지만 울면 왠지 상황에 지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 저는 눈물을 참습니다. 대체 이겨서 뭐 하려고 아무도 걸지 않은 싸움을 하는지? 아무도 가두지도, 제공하지도 않은 맨박스를 당근에서 사다 뒤집어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저에게는 이토록이나 가오가 중요합니다…
가오에 미친 사람의 말로는 무엇일까요? 무의식의 벌을 받게 됩니다. 밤에도 더워서인지 자꾸 꿈을 꾸는데요. 이놈들이 최악의 슬프고 무서운 설정들만 엄선하여 보여줍니다. 꿈에서 울고, 깨어보니 진짜 울고 있더라 하는, 일 년에 한두 번 생길까 말까 하는 일들이 요즘 자꾸 벌어지더라고요.
아무튼 의식의 세계에서는 최대한 울지 않으려 하다보니 눈물 참는 꿀팁이 몇 개 생겼는데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첫번째. 세상에는 미치도록 많은 사람들이 돌아버릴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 떠올려보기. 에반게리온의 신지는 자신에게 매몰된 나머지 전 우주를 그만 오렌지주스로 만들어버리고 맙니다. 반대로 전 우주를 하나하나의 개별로 인식/상상해보면 자신의 상황에서 금방 탈출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인간의 숫자만큼 많은 슬픔과 고난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려다가도 ‘에그 한 많은 세상아;;;’ 하고 쑥 들어가버려요.
두번째는 친구들이 선물해준 간식 먹기. 모든 요소가 중요합니다. 꼭 친구가, 선물해준, 간식을 먹어야 합니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 나에 대한 호의로 시간과 돈을 들여 음식을 건넸다는 것만으로도 즉시 만족감이 생기는데 그 음식이 당장 혈당을 치솟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눈물이 다 무어냐. 갑자기 웃음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조금 덜 오래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만큼 안 좋은 게 또 있을까요? 조심할 점은 먹는 속도와 선물 속도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는 저의 간식 상자가 아주 큰 역할을 하겠지요…
세번째는 (누군가에게는 개 큰 외면을 당하겠지만) 책 속으로 도피하기. 결국 딴 생각을 하라는 이야기 아니냐 싶으시겠지만, 책으로 도피하기와 영화, 드라마, 웹툰으로 도피하기는 전혀 다른 층위입니다. 책으로 도피하려면 아무리 귀찮아도 스스로의 활자를 읽고 이해하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달콤한 슬픔에 젖을 여력이 없습니다. 소설이든 학술서든 집중할 수 있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저는 이 방법을 통해 1n년의 회사 생활을 버텨냈습니다.
마지막, 올타임 베스트는 야한 생각하기. 더 덧붙일 말이 없을 만큼 간단하고 강력합니다. 츄라이 츄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