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소, 더 정확하게는 공간을 점유하는 몸에 대해 생각하던 때가 있습니다. 한참 집회에 많이 다닐 때였는데, 누군가 어떤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힘이 되고 때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때만큼 실감했던 적이 없습니다. 머릿수 하나를 채운다는 게, 각자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같은 주장을 하러 모인다는 게 얼마나 미치게 귀찮고 힘든 일인가요. 그때 저의 기준은 경찰 추산 1만 명 이상일 것 같은 집회는 나가지 않는다는 거였는데 그런 기준이라도 있어야 ‘아이고 0.01% 하러 가볼까’ 하면서 방바닥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어이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괜찮은 기준 같습니다.
아무튼 운전을 한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다른 어딘가로 이동할 때 내 몸을 포함한, 꽤 넓고 거추장스러운 한 공간을 점유하는 일이더라고요. 안경만큼 사소한 몸의 확장도 귀찮아서 시력 0.1인 눈에 아무것도 안 끼고 다녔었는데 (지금은 라섹하고 광명 찾음) 언젠가는 이 공간을 제 몸의 확장이라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때가 올까요? 그건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죄스럽고 하지만 신기한 기분일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아 물론 그전에 이 공간이 대체 얼마만 한 공간인지… 그러니까 정확한 차폭감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또 운전하니까 재밌고 신기하고 좋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들었는데요. (얼마나 떠벌리고 다녔으면 이렇게 많은 코멘트와 질문들을 들었을까요? 새삼 저의 주변인들께 감사하고 죄송하고 근데 나는 이 얘기를 여기서 또 하고 있고) 물론 나에게 없던 기술을 익히고 그걸 써먹는 일은 즐겁지만, 썩 그렇게 재미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반대로 엄청 하기 싫고 어렵다고 느껴지지도 않고 그냥 걸어다니는 거나 버스, 택시를 타는 것과는 다르니까 조금 신기할 뿐이죠.
한편으로 나는 이 기계장치 안에 앉아서 손발만 까딱거리면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이동이 너무 힘들고 어렵고 요원한 일이라는 게 떠오르면서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당장 1인 1 전용택시를 지급하라는 것도 아닌데 지하철에 엘베 설치하라는 게 그렇게 안 들어처먹을 일인가? 까지 생각하다가는 차선 변경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에 화를 내지는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