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일은 지금도 참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음식을 컨트롤하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햄버거를 먹는다고 하면, 처음엔 쉬운데 뒤로 갈수록 어느 부분을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 크기로 먹어야 후두둑 떨어트리지 않을지 잘 모르겠어요. 후반부에 가서는 애매한 햄버거 조각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데 시간을 보내고 맙니다. 오뎅꼬치는 어느 정도 식혀서 어떻게 먹어야 목구멍도 안 찔리고 혀도 안 데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걸까요? 그렇다고 음식을 흘리면서 먹거나 젓가락질을 못 하는 편도 아닌데 먹는 일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빠르게 집고 떠올리고 조각내서 능숙하게 입 안으로 집어넣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만 나옵니다. 참 못났다고 생각하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저작 운동은 빠르냐 하면 당연히 아닙니다. 중학교 때 느린 먹는 속도에 의문을 가졌던 친구가 저를 관찰한 적이 있는데요. 결론은 ‘남들이 세 번 씹을 때 너는 한 번 씹는다’였습니다. 물론 그때보단 훨씬 나아졌지만 전투적으로 열심히 먹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 힘든 일입니다. 남들보다 먹는 양이 엄청나게 적은 건 아닌데 아무래도 식사 속도를 맞추어야 하니 자연히 남이 피자 세 쪽 먹을 때 한 쪽 먹게 되고… 양이 줄고… 다음엔 더 못 먹고…
어릴 때부터 조금 먹는 습관이 들었던 탓도 있습니다. 반찬을 한 젓가락씩 담을 수 있는 작은 반찬 그릇(보통 앞접시라고 부르는)이 밥그릇으로 활용되는 집에서 자랐으니까요. 엄마도 아빠도 저도 동생도 모두 그 그릇에 반 주걱씩 깔린 밥을 먹고 살았습니다. 저는 그나마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덜 먹을까 머리를 굴렸고요.
그때부터 먹는 일은 언제나 ‘일’이었습니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 보면 가관입니다. 음식을 앞에 놓고 세월아 네월아 먹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리클라이너에 드러눕습니다. 그 자리에서 책을 보든 스마트폰을 보든 하면서 조금 소화를 시키며 쉽니다. 그리고 다시 비척비척 식탁 앞으로 걸어가 남은 음식을 먹습니다. 화상아! 그럴 거면 먹지 마!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야 그나마 1인분을 먹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식사를 끝내면 대략 1시간 반 정도가 흘러 있습니다. 밥친구 시트콤을 3-4편 정도 보는 시간이죠. 식당에서는 그따위로 밥을 먹을 수 없으니 중간 휴식 없이 먹을 수 있는 정도만 먹습니다.
그나마 대학에 가고 술을 마시면서 먹는 행위와 조금 가까워졌습니다. 몸무게와 체력 최전성기를 찍었던 대학 시절, 녹두호프 이모의 끊임없는 안주 공급과-이땐 이모카세라는 말이 없었지만-밤새 이어지던 술자리는 깨어 있는 시간 모두를 뭔가 먹는 일에 쓰도록 했고, 안주와 술은 쉽게 피와 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고 보니 저는 맛있는 음식과 술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최고의 한 입’, ‘최고의 조합’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며 정진했습니다. 제철 음식, 혐오 식품(?), 할아버지들이 가득한 노포를 찾아다니며 좁디 좁은 위장 공간을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채우기 위해 엄선에 엄선을 거듭했죠.
술과 맛있는 음식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제는 기록할 때! 라고 생각하며 2019년 정도부터 찍기 시작한 네이버 지도 속 별이 얼마 전 1,000개를 돌파했습니다. 별을 찍었다고 다 가느냐? 아닙니다. 이곳들과 캐치테이블, 뽈레, 신뢰할 수 있는 네이버 블로거와 유튜버 들의 크로스체크를 마친 곳만 엄선하여 방문 및 추천 진행하고 있사오니 언제든 추천 문의 환영합니다. 지역과 시간뿐만 아니라 누구와, 어느 정도의 예산으로, 어떤 목적으로, 언제 방문하는지를 모두 고려하여 추천 드리오니 신뢰해주셔도 되오며… 술집 위주임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