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일주일을 미니 방학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는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는데 올해는 그냥 조용히 쉬고 있어요. 물론 갑자기 말벌 아저씨처럼 면허 따러 뛰쳐나가기도 하고 이왕 방구석을 선택한 이상 진짜 겨울방학을 즐기겠다며 <토지>를 때려 읽느라 눈이 아프기도 하지만… 홈파티도 하고 술도 많이 먹었지만… 나름 조용한 거 맞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의 2023년은 길고 고통스러웠습니다. 무난히 묵묵히 열심히 살았다고는 하지만 입 꾹 다물고 속으로 계속 욕했어요. 속으로 울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 이게 바로 스트레스인가?’ 하는 순간도 많았고 일도 사람도 회사도 제 맘 같지 않았습니다. 뭐 앞으로도 평생 이렇겠지만… 유난히 힘들었다는 뜻으로 넘어가주세요.
무엇보다 올해엔 그냥 다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은 때가 많았습니다. 누가 장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맷집이 셉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물론 ‘회복탄력성’이나 ‘끈기’ 같은 사회인의 언어로 바꾸어 말했지만) 2023년엔 너무 처맞은 건지 맷집이 약해져서 조그마한 회초리질도 못 견디는 사람이 된 건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도 힘든데 바깥 세상도 너무 슬프고 추악해서 더 힘들었나 봅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저는 이렇게 여러분께 마음껏 올해가 X같았다며 연말맞이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버텨냈고 지나왔고 해냈다는 뜻이겠죠. 당연히 이걸 읽고 계신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한 해가 어떤 시간이었든 우리는 그 시간을 넘어왔어요! 그 시간의 어떤 순간들마다 서로 안부도 주고받았고요. 내년이 어떻든 또 다가올 1년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엇박이든 뒷박이든 퐁당퐁당 강약중강약 리드미컬하게 시간을 흘려보내요. 일기이기도 하소연이기도 한 이 레터도 함께 잘 부탁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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