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은 혼자이고 또 가끔은 함께인 여행을 좋아합니다. 누군가 저를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떠나는 게 좋아요. 못된 성격과 칸츄롤에 대한 집착 때문일까요… 누군가 제가 있는 곳으로 온다고 생각하면, 그러니까 제가 누군가를 맞이하는 입장이 되면 왠지 속이 뒤틀리고 울렁거리는 기분이 듭니다.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종류의 인간들일까요. 어떤 존재가 내가 있는 공간을 향해 온다는 것, 내가 제어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침입당한다는 것, 비록 그 침입이 상호 합의하에 약속된 것이고 저는 그 시간을 함께 즐기게 될 것이 자명하더라도 그게 참 힘들더라고요. 심연을 들여다보는 건 그만 하고 여행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중학교 때부터는 학교에 다같이 모여 소풍 장소로 출발하지 않고 몇 시까지 어디로 집합, 이런 식이잖아요. 저는 그 집합 장소까지 혼자 가는 걸 선호했습니다. 친구들이 집 앞 지하철역에서 만나 같이 가자고 해도 극구 사양했죠. 혼자 지하철을 타고 음악을 들으면서 롯데월드나 서울대공원으로 가는 그 시간이 좋았어요. 신나게 놀기 전 혼자 조용히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소풍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어차피 다들 힘들어서 별 말이 없고, 조용히 옆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니 나쁘지 않았죠.
지금도 그 시간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동행과 여행지에서 만나는 게 좋아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간단히 짐을 챙겨 서울역으로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한강을 구경하는 일, 결혼식 하객 복장을 하고 팔짱을 낀 채 꾸벅꾸벅 조는 커플을 구경하는 일, 서울역에서 커피랑 태극당 생도넛을 사서 - 승강장에 가득한 비둘기를 재주껏 멀찍이 피하면서 - ktx에 타는 일, ktx 매거진 맨 뒷 장을 펼쳐 어떤 에디터가 퇴사를 했고 어떤 에디터가 편집장으로 승진했는지를 살피는 일. 여행의 모든 과정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