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형광등 갈다 죽을 뻔했다면
뭐 감전 당하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고요. 형광등을 갈아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제 방에는 책상 의자(바퀴 달림, 막 돌아감)와 친구들이 놀러오면 쓰는 투명 접이식 의자뿐이더라고요. 오늘의 집에서 싸고 무난하게 예쁜 걸 샀더니 아니나 다를까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의자인데요. 바로 잘못 앉으면 앉은 상태에서 접힌다(?)는 점입니다. 뭔가 힘점을 잘못 누르면… 접혀요. 사람이 아직 앉아있는데도… 이런 불안함이 있지만 돌아가는 의자에 올라가서 형광등을 갈 수는 없으니까, 힘을 잘 조절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저는 접이식 의자 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형광등을 새 것으로 갈았어요. 이제 다시 정사각형 모양의 불투명 커버를 씌우고 네 군데 부품을 돌려 끼워서 나사를 고정하면 되는데, 아뿔싸 제가 생각이 짧았지 뭐예요. 나사 한 개만 들고 의자에 올라선 겁니다. 나머지 세 개는 저기 침대 위에 던져놓았어요. 으이구 바보야~ 하면서 이미 조여버린 한 개의 나사를 마저 풀고, 형광등 커버를 다시 벗기고, 나사 4개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올라서려는데, 이런, 이미 잠근 나사 한 개가 안 풀리네요. 자꾸 헛돌기만 하고 안 풀려. 백 번 천 번을 돌려도 안 풀려요.
팔은 아파오고, 그렇다고 잠시 커버를 놓고 후다닥 침대에서 나사를 주워오기엔 이 유리 커버가 휘어지면서 와장창 깨질 테고, 누군가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솔직히 소리 크게 질러서 옆집 사람이라도 불러볼까 고민 백 번 함, 실제로 “시리야” 30번 정도 외쳤는데 대답 안 해줌), 그 와중에 연약한 의자의 힘점을 잘못 자극해서 의자가 접힐까봐 다리로는 균형을 잡아줘야 하고. 솔직히 울고 싶었지만 울면 힘이 빠질까봐 울지도 못했어요. 나중엔 팔이 아파서 아틀라스처럼 커버를 짊어진 채로, 그때만큼 두뇌 풀가동했던 적이 또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