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는 10년 전 세상에 등장했다. 그때부터 이 서비스를 아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곱게 보지는 않았고 흰눈으로 봤다. 더 솔직하게는 언제 망하나 째려봤다. 트레바리가 처음 생겼을 때 나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대체 독서모임을 돈 주고, 그것도 많은 돈을 주고, 유명인을 모임장으로 삼아서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 솔직하게는 그냥 너무 띠꺼웠다. 당시 회사의 이사니 편집장이니 하는 늙은이들이 저자를 섭외해오겠다며 회사 돈으로 트레바리를 결제하는 꼴을 보면서는 화까지 났다. 그들은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돌아와서 어떤 지적인 대화가 오갔고 어떤 사람과 인맥을 쌓았다며 자랑했다. 여러분도 책상에 앉아 있지만 말고 이런 모임에 참여해서 발을 넓히고 저자를 섭외하는 ‘기획자’가 되라는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내가 싫어하든 말든 트레바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뒤로 ‘듀오바리’ 같은 별명을 얻으며 - 얻은 거 아니고 앞장서서 자청한 것 같기는 한데 - 젊은이들의(?) 교회 같은(?) 이성을 만나는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도 싫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오히려 나와 너무 상관없어지니 신경을 끄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 뒤로 직장을 옮기며 트레바리 혹은 트레바리 출신과 몇 번 일을 같이 했고 그때마다 나의 감상은 ‘저게 아직도 운영이 되네’ 였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길고 긴 니쥬를 깐 이유는, 짐작하다시피 내가 트레바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10년의 세월을 건너 35만원을 주고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미 3월에 첫 모임이 있었고 벌써 세 차례나 모임을 했다. 이제 모임은 한 번 남았다. 10년 동안 띠꺼워해놓고 이제 와서 마음을 바꾼 이유는 민음사의 김민경 편집자가 모임장인 모임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4회차짜리 정기 팬미팅을 결제한 것이다. 그랬더니 덤으로 독서모임이 따라왔고.
이쯤 되면 김민경 편집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나는 민음사tv의 구독자가 아니다. 물론 유튜브 알고리즘이 가끔 띄워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안 본다. 왜냐하면 책 이야기는 너무 착하고, 자극적이지 않고, 심지어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하는 책 이야기는 더 착하니까… 출판사를 그만 둔 몇 안 되는 이유 중 급여가 너무 적다는 것이 95%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다면 사람들이 너무… 좀 그렇다… 물론 착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아무튼 나랑은 결이 잘 안 맞는다…는 것이 나머지 3% 정도를 차지했다. 그런 분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유튜브 채널을 굳이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 놈이 왜 (비싼) 돈을 주고 트레바리까지 결제하는 팬을 자처하게 되었는가? 작년 한 해 동안 <냉장고를 부탁해> 시즌2를 엄청나게 열심히 봤다. 너무 웃겨서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 (올해도 보고는 있지만 작년만한 재미가 없다. 아, 간사한 시청자여.) 그러자 유튜브 알고리즘에 각종 요리사(?)와 함께 김풍 작가가 뜨기 시작했고, 김풍을 보다보니 웹툰 작가 이종범의 스토리캠프가 떴고, 거기에 출연한 김민경 편집자를 보게 된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눈마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벅차오른, 그것도 1시간 가까이 벅차오른 오타쿠의 모습으로. 그리고 비주류 초대석이 시작되었다. 나는 냅다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트레바리의 호스트가 되었다니 당장 신청해야지. 사실 넓게 보면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이니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지 않을까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트레바리 같은 걸 열었는지도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김민경 편집자의 상승세가 연반인 재재 급이다. 일단 <유퀴즈>에 나왔다는 건 백 퍼센트 일반인은 아니라는 뜻이니까… 계속 안일한 마음만 가지고 있었더라면 영원히 실제로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선견지명을 지닌 친구에게 감사를.
김민경 편집자 이야기만 하려는 건 아니고, 어쨌든 주제는 독서모임이다. (35만 원을 진짜 팬미팅 가격으로만 퉁칠 수는 없다. 최대한 많은 것을 뽑아먹어야 한다… 그것이 레터 소재 같은 아주 소소한 것일지라도…) 성인 평균보다는 훨씬 많은 책을 읽지만 ‘독서모임’을 해본 적은 없다. 친구와 함께 영화를 봐도 웬만하면 감상을 나누기 싫어하는 나쁜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아무리 좋고 친해도 그의 취향, 작품을 바라보는 프레임, 시각, 배경지식, 표현 방식, 이성과 감성의 배합, 웃음 포인트, … 등이 내 스타일과 안 맞으면 그냥 말을 섞기가 싫다. 다른 이야기를 하면 즐거운데 굳이 방금 보고 나온 영화 이야기를 해서 흥을 깰 필요가 있을까? 이것이 나의 놀라운 마인드다.
이렇게 글로 적어놓고 보니 진짜 너무 싫다. 너는 그냥 평생 영화 혼자 봐라. 실제로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를 혼자 보고 나오는 길에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듣기 싫어서 이어폰을 꽂은 채, 음량을 최대로 하고 영화관을 빠져나온다. 왜 이러고 살까? 이런 꼴값 태도를 고치고 싶어서 <동료에게 말 걸기>(공교롭게도 민음사 책)도 열심히 읽어보았는데 아직 나의 비위는 싫은 사람을 참아낼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