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이런 소설은 그만 읽으려고 했는데 신뢰하는 번역가의 번역, 신뢰하는 친구의 추천이 겹친다면 지나칠 수 없지. <힐빌리의 노래>의 저자는 MAGA를 등에 업은 미친놈이 되었는데 ‘데몬 코퍼헤드’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게 된다. 이래서 소설을 끊을 수가 없다. 제목에서 보이듯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재구성한 책이다. 아주 잘 쓴 팬픽이라고 봐도 될 것 같은데 이 책을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팬픽을 높게 평가해서다. 800쪽이 넘으니 참고하세요.
<귀신들의 땅>
두꺼운 소설이 또 등장했지만 이 책도 지나칠 수 없지. 아시다시피 요즘 대만 작가 붐이 심상치 않다! 이번주부터 시작하는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도 대만이고, <귀신들의 땅>부터 시작해서 <악녀서>, <여신뷔페>, 나온 지는 꽤 됐지만 <오직 쓰기 위하여>와 <마천대루>도 있다. 지금이라도 <귀신들의 땅>을 읽는다면 늦지 않게 유행에 올라탈 수 있다. 사랑, 자유, 가족에 대한 이야기. 가끔 영미권 소설을 읽을 때 느껴지는 문화적 차이,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지?’ 모먼트가 별로 없다. 오히려 현상은 달라도 기저의 마음이 비슷해서 ‘사람 다 똑같구나’를 느끼게 될 것.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일상을 살다보면, 살고 살고 또 매일을 존나게 열심히 살다보면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 저절로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내 눈 앞에 보이는 삶으로만 시야가 고정되는 잘못이다. 이건 진짜로 잘못인데, 이 넓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게 되고 그 수많은 삶에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능력을 조금이라도 되찾기 위한 안구 스트레칭용 책. 시야를 넓히고 나면 생각이 바뀌고 실천이 따라올 것이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번역가가 번역에 대한 에세이를 쓴다면 어떤 글이 나올까? 그야말로 수천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수많은 경우의 수 중 가장 아름답고 흥미롭고 알쏭달쏭한 글만 모아둔 것 같다. 언어에 대한, 외국어에 대한, 그리고 번역이라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들이 선물처럼 잔뜩 들어 있다. 표지와 본문 서체도 매우 아름다워서 꼭 종이책으로 읽어보시기를 추천. 개인적으로 표지 종이의 질감이 싫어서 북커버를 씌우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