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긴장이 사르르 풀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이를 먹으며 몸뚱이의 유연성은 향상되었다. (이것도 조금 더 건강해지고 싶은 나의 향상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아무나 무턱대고 야리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웃으면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것도 이하동문) 근육과 성격은 유연해진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는 나만 알고 있는 긴장이 있었다. 잠들기 직전 오로지 나만 아는 오늘의 마지막 일과. 오늘도 머리에 힘주고 살았구나, 성격 참 지랄맞다, 고생했다 하는 3초 동안의 스위치-오프가 사라지다니.
혹시 내 향상심에 끝이 있었던 건 아닐까? 닿고 싶어했던 모습, 소위 ‘인생 목표’라는 것에 도달해버려서 그 녀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게 아닐까 하는 추리를 하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더 바랄 게 없긴 하다. 낡았지만 깨끗하고 충분히 넓은 - 게다가 도세권인 - 집이 있고, 보고 싶은 영화나 공연이 있으면 보고, 겨울엔 딸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원하는 술은 무엇이든 마실 수 있고, 선선한 저녁 날씨를 즐기면서 산책하고, 라일락 향기를 맡고, 집에 돌아와서 만화책 보면서 쉬다가, 또 내일 출근할 회사가 있고(진짜 감사함ㅋㅋ 진짜로ㅋㅋ), 몸 건강하고, 친구도 많고, … 나열하다 보니까 정말 대박이다.
서른이 넘은 이후 매번 번복하는 소리가 있다. 지금이 진짜 내 인생의 리즈 시절이라는 이야기를 너무 자주 해서 엄마가 50살 되기 전에는 다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번복 없이! 지금이 리즈인 것 같다. (ㅎㅎ) 그리고 한동안 이 상태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인생은 예측불허이지만…
향상심은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에,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나에게서 잠깐 사라졌다고 생각해야겠다. 나의 긴장을 가지고. (정신머리도 일부 같이 가져가는 부작용이 있기는 함) 이 나이가 되면 다들 이런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 걸까? 남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묻기엔 조금 머쓱해서 내 이야기나 한다. 그래 열심히 살긴 했지 뭐 이런 마이웨이 부르는 아저씨 같은 생각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