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웃음(해학)과 외면으로 스스로를 지킨다는 건 중학교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환경-이게 뭔지는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별 건 아니고요…-에서 자라면 그렇게 됩니다. 주어진 조건을 어찌할 수 없으니 큰 소리로 웃고 이것으로 남을 웃기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게 되죠. 웃음 사냥에 집착하는 성향도 원래 있었겠지만 이런 식의 방어기제 때문에 더욱 강화되었을 테고요. 솔직히 이제는 ‘그 조건’이 조금 고마울 지경입니다. 언제든 꺼내기만 하면 웃음 보장! 반칙에 가까운 치트키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건 얼마쯤 행운입니다.
호그와트에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라는 과목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저주하고 해치고 심지어는 죽이기 위한 ‘어둠의 마법’을 막을 수 있는 방어 마법들을 배우죠. 간단하게는 익스펠리아르무스, 어려운 것으로는 익스펙토 페트로눔 같은 주문이 있는데… 갑자기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설명했죠? 누가 보면 7차 교육과정 일반사회에서 가르친 줄 알겠네요.
아무튼 어둠의 마법 방어술의 기본은 두려워하지 않기, 빠르게 대응하기로 요약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망설였다가는 당장 내가 죽게 생겼으니 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두려워하면 어둠의 마법에 맞설 정신력이 흐트러진다는 설명이었죠. 우리의 방어기제도 비슷하게 작동합니다. 우리를 공격하는 사람이나 상황, 스트레스에 맞설 때 조금이라도 망설였다가는 내 정신력이 깎이고 맙니다. 그때 왜 바로 대응하지 못했지? 그때 왜 이렇게 대꾸 못했지? 또 두려움은 어떤가요. 싸움도 사기도 기세라서 두려워하는 순간 상대는 귀신같이 저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듭니다.
아무도 나를 해칠 수 없도록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가면 참 좋겠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죠. 아무리 안온해 보이는 환경일지라도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는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자꾸 힘들거나 불안한 상황을 어떻게든 웃기게 만들어보려고 난리를 치게 됩니다…
방어기제는 특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번쩍 모습을 드러냅니다. 새로움은 익숙하지 않음이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자꾸만 힘들고 피하고 싶은 상황을 끌고 나오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웃음으로 도피하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슬쩍 농담을 던지고 함께 웃고 나면 그 상황도 한결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이 되니까요.
손쉽게 남 탓을 해버리고 싶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죠. 계속되면 결국 해결된 것도 없을 뿐더러 마음만 깎여나갑니다. 하지만 제가 뭐라고 남들의 방어기제를 두고 입을 대겠어요. 어떤 영상-이게 테드 강연인지 스탠딩 코미디인지를 모르겠어요-에서 봤던 말처럼, 인생은 짧고 우리는 붙잡고 사랑하며 버틸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찾았다면 그게 뭐든 있는 힘껏 붙잡아야 한대요. 의자든, 강아지든 가리지 말고요.
마찬가지겠죠. 방어기제든 뭐든 조금이라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거라면 붙잡고 도움을 청해봐요. (물론 의학적으로 증명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어요…)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내 편이 되어준다면 따질 게 있나요. 특히 서로의 속내와 지난 맥락을 몰라서 괜히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호의도 바짝 긴장한 채 받아들이게 되는 사람들 사이에 떨어진다면요. 그럴 땐 모든 걸 최대한 선해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에이~ 하고 넘기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