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얼마 주면 <하트시그널> 나감?’ ‘니 구남친이랑 <환승연애> 출연 어떰?’ 같은 세상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들 중 가장 싼 값에 <나는 솔로>에 출연할 사람이 저라는 걸요. 저는 이천만 원이면 기꺼이 순자든 영숙이든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친구들은 몇 억을 줘도 안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웃겨 정말~ 돈 벌기가 쉬운 줄 아나.
어쨌든 연애 프로그램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것들만 꼽아봐도 나는 솔로, 솔로지옥, 체인지데이즈, 환승연애, 돌싱글즈, 하트시그널이 있고 연애를 소재로 한 연애의참견이나 마녀사냥까지 하면 더 많죠. 저는 나는 솔로 제외 연애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지만 눈만 돌리면 저 프로그램과 클립들이 보이니 이 사람들이 대체 왜 이러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우리가 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는 건 그 무언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뿐입니다.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을 때 연애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관계가 삐걱대고 나서야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살면서 가장 꾸준히 한 게 있다면 음주라고 이야기했었는데요. 은근슬쩍 음주와 연애라고 바꾸어 말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연애에는 대체로 공백기가 있으니까 꾸준함에서는 조금 밀리지만 세월로 따지자면 술보다 더 오래 되기는 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첫 연애를 했으니 열여섯 살에 스타트를 끊은 이후로 지금까지 열 몇 번의 연애를 했습니다. 성별도 연령대도 다양한 사람들과, 최단 2주 최장 4년 넘게, 길게는 2년의 공백기가 있었으나 그럼에도 쉬지 않고 했습니다. 참 부지런히 살았죠?(^^)
엄청나게 특이하고 감동적인 연애는 없었습니다. 대체로 평범하게 즐거웠어요. 개별적으로 별 게 없으니 전반적인 특이사항을 찾아보자면… 소개팅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CC를 네 번 해서 그랜드슬램을 찍고 졸업했으며 그래서 한때 별명이 mma.go.kr 이었다는 것. (예전엔 국방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빠른 입대]라는 버튼이 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저는 누군가 좋아지면 냅다 좋아한다고 말하고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 기세가 부락을 쳐서 아녀자를 죽이고 사내를 취하는(?) 고구려인 같다고 누군가 말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