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다 핑계고 사는 게 귀찮아서 그러는 것도 맞습니다. 아무도 안 시켰지만 나름의 유난을 떨며 사는 건 제법 귀찮은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 정도는 다들 하고 사나? 어쨌든 저는 이 한 몸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어르고 달래는 데 참 많은 기력을 씁니다. 그건 꽤 번거로운 일이에요. 지금 당장 때려치고 싶은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몇십 년을 더 해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을 만큼, 딱 그만큼이요. 그렇다고 누군가 나타나서 ‘이제부터 귀찮은 일은 내가 다 해줄 테니 너는 놀고 먹고 즐거운 일만 하렴’ 한대도 싫을 것 같습니다.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그래서 가끔은 궁금합니다.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인생이 대체로 행복해서일까요? 이런 생각 애초에 하지 않아야 오래 살고 싶을 수 있는 걸까요? 사람은 다 죽기 싫어하고 살고 싶어 한다…는 말로는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 그런 궁금증이 가끔씩 코리안 진시황들을 만날 때마다 불쑥 치고 올라옵니다. 저는 가끔 (매우 드물게) 착한 일을 할 때마다 이렇게 꾸준히 복을 쌓으면 이번 생에는 윤회의 고리를 끊어내고 성불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자칫(?) 오래 살게 되더라도 이번 생이 확실히 마지막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그나마 나을 것 같거든요.
세상을 발전시키는 부류가 정해져 있다면 그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들일 겁니다. 생에 대한 의지와 행복과 희망으로, 앞으로 나 자신이 100년이고 200년이고 더 살아갈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죠.
하지만 소극적 장수-거부자로서 변명해보자면 우리(?)만큼 세상의 후퇴에 예민한 이들도 또 없습니다. 길게 살고 싶지 않을 뿐 지금 당장 사라져버리고 싶은 건 아니기 때문에, 잠시나마 쾌적하고 행복한 상태로 존재하고 싶기 때문에 세상이 후퇴하는 꼴은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또 지금도 별로인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뒷걸음질쳤다가는 단번에 사라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어서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세상은 이렇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나아가는 게 아닐까요. |